왜 최혁용 전 한의협회장은 한의사의 변호사로 재판에 나왔을까?

최근에 마취제 리도카인을 봉독약침에 섞어 주사한 한의사의 재판에 변호사 면허를 가진 전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최혁용이 변호사로 등장했습니다.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알려진 사실들을 조립해서 추론해보면 막장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의사들의 거짓말을 여러 차례 다루었는데, 약침학 교과서에 조작된 사진을 넣었던 경우처럼 한의사가 한의사를 상대로 속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7년에 한의원에서 약침을 맞은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의사는 주사기에 리도카인도 섞어 넣었다고 시인했고 무면허의료행위로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썼다가 처벌받은 사건은 전에도 있었습니다. 의료법에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를 하게 되어 있어서 한방과 무관한 마취제 리도카인은 한의사들이 쓰면 명백한 불법입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원에 리도카인을 납품한 제약사를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한의원에 의과의약품을 납품하는 행위를 처벌할 법조항이 없고, 의료법 위반을 교사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약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결정되자 변호사 면허도 가진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한의사가 의료법위반으로 처벌받은 사실은 무시하고 제약사가 처벌받지 않았으니 한의사가 리도카인 등의 전문의약품을 사용해도 된다고 주장하며 한의사들에게 사용을 독려했습니다.
저는 이 주장이 거짓이며 "한의협 주장을 믿고 리도카인 같은 한의학과 관련 없는 의약품을 사용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i-sbm/221633723938
2022년 전국의사총연합은 봉독약침에 리도카인을 섞어 쓰는 한의사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고발했고, 검찰은 벌금 800만원을 약식명령으로 청구했습니다.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526
그 거짓말에 속은 한의사 중 한 명이 리도카인을 쓰다가 고발당해서 최근에 재판이 있었습니다. 한의사는 최혁용한테 당신이 리도카인 써도 된다고 쓰라고 하지 않았냐고 따졌겠지요. 그래서 변호를 맡아야만 하는 처지가 된 것 같습니다.
재판에 리도카인에 대한 질의를 위해 한방대책특별위원회 활동을 해오신 재활의학과 교수님이 증인으로 출석하셨습니다. 최혁용 변호사는 대법원 초음파 판결도 언급하고, 생리식염수도 전문의약품인데 한의사가 전문의약품 쓸 수 없는 건 아니다, 리도카인이 일반의약품으로도 사용되는데 한의사가 사용한 용량은 안전하지 않냐, 봉독 성분 전문의약품인 아피톡신주에 생리식염수와 리도카인을 혼합해 주사하라고 되어 있는데 (아피톡신주는 분말이라 주사용수로 주사액을 만들어 쓰라고 되어 있는데 리도카인 섞어 쓰라는 지침은 없음) 봉독약침에 리도카인 섞은 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주장했다고 합니다.
한의사들은 침이나 약침이 진통효과가 뛰어나다고 주장하면서도 환자가 모르게 마취제를 섞어 쓰기도 합니다. 합성의약품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도 있는데 사기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몇 가지 쟁점을 짚어보겠습니다.
-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사용하면 의료법 위반이 됩니다. 의료법에서 규정한 ‘한방의료행위’를 벗어났기 때문이지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한의사들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도 있습니다. 한의사가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을 사용하다 처벌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 리도카인은 피부에 바르면 안전하지만, 주사가 잘못되어 혈관으로 들어가면 적은 양으로도 치명적이 될 수 있습니다.
- 아피톡신주는 봉독 성분의 천연물신약인데 의사들에게는 인기가 없어서 2017년을 마지막으로 생산이 끊겼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임상시험은 통과해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았지만, 미국 FDA의 더 엄격한 조건의 임상시험에서는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 무면허의료행위 여부는 안전성이 핵심이 아닙니다. 리도카인이 안전하다고 허가해주게 되면 알레르기 한약에 알레르기약 몰래 갈아넣고, 통증 환자에 진통제 몰래 갈아넣고, 종종 적발되는 스테로이드 섞인 한약도 보편적이 될 겁니다.
최혁용은 2003년에서 2017년까지 함소아제약 대표이사를 했는데, 과거에 함소아제약은 한의사들에게 리도카인 등 의약품을 판매했습니다. 당시에 한의사들 비밀카페에는 함소아제약이 다른 업체보다 약값을 비싸게 받고, 리도카인 주사제는 10배나 비싸게 받는다고 황당해하는 글이 올라온 적도 있습니다.
최혁용이 지금은 함소아제약에 지분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순수 한약으로 돈을 버는 한의사들과는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한의사들이 약침에 의사들이 사용하는 주사제를 넣을 수 있게 되면 한의원에 약침액을 공급하는 대형 원외탕전실들은 망해버릴 겁니다.
피고인의 변호사인 최혁용 입장에서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라 이번 사건도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때는 '한방의료행위의 보조제'로 리도카인 같은 의약품을 사용했다는 궤변에 넘어가는 대법원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의사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 아닌지 꼭 의심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번 사례처럼 한의사들에게도 해당되는 충고입니다.
강석하 kang@i-sbm.org